코끼리를삼킨 사물들

                                                                                 

  요즘 젊은이들은 커피가 아닌 브랜드를 마신다.
그들 손에 들려 있는 ‘텀블러’는 낯선 명칭을 통해 사물의 물성과 분리됨으로써 단순한 도구-생필품이 아니라 ‘기호’ 가 된다.
이렇듯 사물-도구가 사용자의 감각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한 존재에 대한 인상과 관념을 간단히 바꾸는 힘을 가지기도 한다.

 하나의 사물은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시간과 국가의 체제를 개념화하는 정서로 각인되기도 한다.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노란 리본’은 매해 반복적으로 회귀하는 봄의 표상이며 한국 사회가 가진 온갖 모순과 비극이 응집된 코드로 작동한다..
'인형뽑기 기계’는 현실적인 기대심리가 별로 없는 행위요 또한 뽑는다는 것 자체에 몰입하므로 오락이라 하기도 어색한 행위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허무주의’를 읽을 수 있는 충동의 사물이기도 하다.

 이 책이 일관되게 추구한 것은 공동의 상식적 시각이 아닌, 오히려 그것에서 벗어나거나 넘어선 시각이다.
표면의 모자가 아니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보아뱀 속의 코끼리를 보는 너머의 눈, 사색을 통해 얻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다.
사물에 대한 은밀한 성찰이 또 다른 질문의 씨앗을 뿌리고 걷는 재미를 알게될  비밀의 문,
이 책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면 그 문을 열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