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에 닿는 사물의 철학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 저자 함돈균/ 세종서적 출판/ 2018
강진군도서관 우리들서평단 김순임
개봉영화 『토이스토리4』는 어린아이와 지금은 어른이 되어 있는 예전의 어린아이였던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장난감을 통해 인간과 인간 너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의 주인공인 ‘나’는 어른들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무엇인지 묻는다. 어른들은 ‘모자’라고 하지만,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린 것이다. 어른들은 사물의 겉모양새를 인식의 근거로 삼고,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반면, ‘나’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생각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 중에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 함돈균은 문학평론가로 2006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하여 문학사 연구와 현장비평에 매진해 왔다. 저서 『사물의 철학』에서 88가지 사물을 시적 직관과 철학적으로 풀어냈다. 작가는 ‘사물들에겐 나름의 자율성이 존재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사물들을 관찰했다. 문명의 도구를 통해 정치와 예술, 인문과 테크놀로지의 만남을 일상 시간 안에서 꾀하고자 하며 사물에 대한 성찰이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의 씨앗을 뿌리고 삶의 자극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책은 가위, 노란 리본, 드론, 비누, 빨대, 칫솔, 텀블러 등 우리 모두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67가지 익숙한 일상 사물들을 사색의 깊이와 밀착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평범한 사물에서 빛나는 비유를 창조하는 시인처럼 그리고 익숙한 것에서 낯선 질문을 발견하는 철학자처럼 문학과 철학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를 유쾌하게 초대한다.
어릴 적 상처를 치유해줬던 사물 ‘밴드’에서 아이를 안심시키는 심리적 효과와 엄마의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몸의 ‘중심’을 긴급히 돌보는 사물이다.
“지금 이 시각 아픔을 호소하는 곳이 있다면, 그런 존재가 있다면 거기가 사회의 중심이요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자리가 아닐까. 그 자리를 돌보는 것은 사회라는 신체 전체를 돌보는 일이기도 하다. 엄마가 붙여준 밴드처럼 그곳에도 밴드가 필요하다. 엄마와 밴드의 그러한 역할은 사회 구성원인 우리도 같이 할 수 있다.”(P111)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걷잡을 수 없는 상상력은 공상과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였는데, 이러한 상상력은 호기심이나 치열한 관찰력을 기반으로 노력하면 키울 수 있다.
누구나 연필을 사용해서 글씨를 써본 경험이 있고, 의자에 앉아 책을 읽어본 일이 있으며, 날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상을 산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우리 주변의 사물들은 외양 그대로의 것이 아니라 ‘코끼리를 삼킨 어떤 것들’임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