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통치의 그림자, 장애 다시 보기
-장판에서 푸코 읽기/저자 박정수/오월의 봄 출판/2020
우리들서평단 김미진
장판은 ‘장애인 운동현장’이다. 이 책은 저자도 밝혔듯이 장판에서 발견한, ‘운동하는 삶 속에서만 특유의 광기 어린 신비를 발하는 푸코의 담론을 만날 수 있는‘ 푸코 개론서이다. 그것은 근대 인문학의 지식이 ‘어떤 인식 틀을 통해 노동하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며, 손상된 신체를 '비인간화'했는지 비판할 수 있는 앎‘의 무기로서 푸코의 고고학이 조명되는 데서 시작한다.
미셸 푸코(1926~1984)는 프랑스 철학자로, 정신의학에 관심을 두고 소외된 비이성적 사고를 광기라고 말하며 광기의 진정한 의미와 역사적 관계를 연구했다. 또한, 정신병의 원리를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밝혀내려 했다. 장판에 몸을 담게 된 저자가 왜 철학자 푸코를 통해 장애를 보게 되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푸코는 정신병원과 감옥에 수감 된 온갖 '비정상인'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묘사, 데이터, 방법론, 지식, 처방으로부터 '인간학'이 탄생했을 거라고 말한다. 바로 이 과학적인 인간학이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인식 틀을 제공했고 푸코는 인간학의 고고학적 접근으로 그 오류를 추적한 것이다. 당시 실제로 거지, 범죄자, 장애가 있어 노동력이 없는 사람들은 죄인 취급을 당했고 그러한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보았다. 장애의 경우에는 더욱 분리되어 치료가 필요한 사람, 정상적 기능을 되찾아야 할 존재들로 보았다. 이들을 한꺼번에 격리했던 시설이 오늘날 정신병원의 시초이다.
장애를 보는 관점은 시대를 거치면서 상당히 변화되었다. 장애를 개인의 기능 손상으로 보는 의료적 관점에 맞서 사회적 억압의 산물로 보는 접근법을 ‘사회적 모델’이라 한다. 개선해야 할 것은 장애인의 몸이 아니라 장애인을 배제하는 사회의 물리적, 제도적, 법률적 장벽이라고 주장한바, 장애인을 사회적 주체로 참여시키는 운동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다. 그런 맥락의 장애인 탈시설 정책은 장애인이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자기 돌봄‘을 할 수 있는 주체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가 보기에 신체적으로 손상을 입은 사람을 장애인으로 만드는 것은 사회다. 장애는 우리가 가진 손상 위에 부과되는 어떤 것으로 그것은 우리가 아무런 필연적인 이유 없이 사회에 대한 완전한 참여로부터 고립되고 배제됨으로써 초래된 것이다. 이렇게 장애인은 사회 안에서 억압받는 집단이 된다. -54쪽
지금의 관점들이 생겨나기까지 아마 많은 사람이 푸코와 비슷한 마음으로 변화에 동참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 속의 '장판'이야말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꾼 새로운 틀을 만날 좋은 현장이다. 본인 또는 가족 중에 누군가 속하기 전까지 멀고 낯선 용어 ‘장애‘는 어쩌면 언제나 우리 옆에 대기 중일 수도 있다. 변화무쌍 바쁜 일상을 누비는 우리 삶이 정신적 신체적 사고를 품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을 깨고 새롭게 생각하는 방법, 용기를 내서 한번 등판하고 싶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