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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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2016.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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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이 강진을 바꾼다] 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김미진
'편지'는 봉투가 지닌 두툼한 공간이 자기장처럼 내밀한 감성을 싸고 있어 받는 이의 설렘을 확장시킨다. 사랑하는 사람이 오래 전에 자신에게 쓴 편지를 우연히 발견한다면, '반드시 내가 죽은 후에 열어볼 것' 이라고 써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의 신뢰는 과연 호기심을 이길 수 있을까? 작가는 우리 모두 앞에 판도라의 상자를 화두로 던져놓는다.
1990년 스무살의 세실리아는 여행 중 역사적 현장에 있었지만 '베를린 장벽'에 대해 딸과 나눌 수 있는 대화가 고작 '키스와 얼음' 의 기억 밖에 없는 지극히 평범한 여자이다. 어느 날 기념품으로 주워 왔던 벽돌 조각을 찾으려고 올라 간 다락에서 남편 존 폴의 낡은 편지를 발견하면서 '베를린 장벽'은 정치적 의미뿐만 아니라 개인사의 한 진앙지로서 독자에게 그 파장을 전달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주요 등장인물의 일상을 얇은 거미줄처럼 희미하고 사소한 인과의 고리로 엮어 서두르지 않고 편지의 비밀을 드러내고 있다. 세실리아를 통해 묘사되는 시드니 중산층 중년 여성의 일상은 본질에 있어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수다스럽고 자잘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말'도 작가의 의도된 호흡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독자들은 도미노처럼 맞닿아 있는 인과의 고리를 찾아 언어 더미를 뒤지는 탐정이 되고 말 것이다.
에필로그 까지 가면 소설 속의 인과관계는 신의 관점을 요구한다. 관계가 완결되기 전에 스톱 화면에서 구도를 수정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과연 만족스러운 인과가 형성될까?
지나 온 시간을 돌이켜 일말의 후회가 없는 사람은 없다. '만약에 그 때 그랬었다면..' 은 그래서 인간을 겸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의도하지 않은 삶의 굴곡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타인이든 자신이든 용서하기 힘든 한 때로 인해 지금 고통 받고 있다면 이 책이 주는 부작위의 용서를 알리고 싶다.
사건사고를 접할 때 문득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팝업처럼 툭 떠오르는 '전-후'. 모든 일에는 반드시 '전-후' 가 다르게 드러난다.
그러나 알고 있다한들 아무리 애쓴다한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만다. 되돌려지지 않는다는 것만이 진실이어서 두렵다. 삶의 모든 우연성은 신의 미필적 고의가 아닐까 여전히 의구심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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