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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2016.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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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이 강진을 바꾼다] 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양석미
아팠다. 그랬다. 아팠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상처받은 작은 영혼이 되어 자신을 감싼 모든 것으로부터 회피해버리는 방법을 선택한 영혜의 여린 모습에 병치레하는 연약한 동생을 대하듯 며칠 동안 마음앓이를 해야만 했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유명한 소설가 한승원의 딸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세편의 단편을 묶은 연작 소설로써 노벨문학상, 프랑스 콩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수상 소식 이후 3일 동안 팔린 <채식주의자>의 판매부수는 총 25만부로 지난 10년간 팔아온 2만부를 가볍게 넘어섰다.
1부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 갑자기 육식을 하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아내 영혜를 정신병자로 치부하며 전전긍긍하는 남편의 이야기이고, 2부 몽고반점은 처제인 영혜의 엉덩이에 있는 몽고반점이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실현한다는 미명하에 욕망을 충족한 형부의 이야기, 3부 나무 불꽃은 동생 영혜가 나무가 되겠다고 육식은 물론 모든 식사를 거부하며 죽어가고 있음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언니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 라는 부분에서, 나 자신도 남에게 은연중 많은 상처를 주며 살아가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기게 된다.
냉랭한 시선 한 자락과 차가운 말 한마디로도 우리는 마음의 큰 상처를 입어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 9살난 영혜의 다리를 무는 바람에 아버지에게 잔인하게 죽임 당한 흰둥이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는 부분에서는 너무나 생생한 끔찍함에 그 현장으로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에 몸서리를 쳐야만 했다.
이러한 경험은 영혜가 육식과 폭력을 동일시하며 채식을 고집하게 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사회문화적 묵인하에 더 맛있는 고기를 먹기 위해 흉폭한 짓을 거리낌없이 저지르는 인간의 잔인함... 합리적 이유로 가장된 다양한 얼굴의 폭력속에서 영혜는 고스란히 상처받은 연약한 영혼이며 급기야 상처받지 않고 또한 상처를 주지도 않는 존재로서 식물의 대명사인 나무를 선택한다.
내면화된 욕망을 거부할 수 없는 동물적인 육체로 살아가야 하는 정체성을 포기하고 나무가 되기를 원했던 영혜는 결국 담담하게 죽음으로 다가간다.
작가 스스로도 해답을 모르는 자신의 고민, 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지만 해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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