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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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에 대하여(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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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김미진
"누구나 무언가를 보지만 다 똑같이 보지는 않는다." -p. 228.
스땅달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 훌륭한 예술작품을 감상하다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정신적 쇼크 같은 것을 일컫는 용어다. 혹시 누군가의 작품 앞에서 그런 유사경험을 한적 있는가? 최초로 증상을 호소한 스땅달의 이름에서 유래한 그 증후군이 나름 궁금할 따름이다.
지난 해 논란을 일으켰던 대중 스타 조영남 씨의 대작 사건을 떠올려 본다.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90% 가까이 타인의 대작으로 완성한 그림을 판매한 혐의로 법정을 오갔던 사건이다. 그래도 이 사건은 당대에 벌어진 일이라 어떻게든 진실 여부를 밝힐 수 있었지만, 아주 오래 전 이미 작고한,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 작가의 작품이라면 어떻게 그 진위를 판단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최고 수준의 대안목가, 프랑스 아작시오 미술관 관장의 자전적 에세이로 그런 논란에 적확한 근거를 제공하고 확정하는 안목에 관해 쓰고 있다. 저자가 풀어가는 은밀하고 위대한 미술품 감정사들의 이야기, 아주 작은 단서로 퍼즐을 맞춰 사건을 해결하고 마는 미술계의 탐정 이야기를 통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치밀한 노력의 소산인가를 알려준다.
문화 혜택을 듬뿍 받는 환경 외에 타고난 예술적 감성과 예리한 관찰력, 호기심, 부단한 연구와 경험, 자만과 유혹에 대한 자기 절제, 도덕적 인성, 이 모든 것이 융합되어 비로소 가치를 알아보는 눈, 안목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안목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저자는 '보는 것'에 관한 문제라고 단언한다. 안목은 보는 것에 관한 문제다. 미술품 감정사는 '관찰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모든 분야를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은 물론 예리한 직감과 수많은 현장 경험에서 오는 안목을 바탕으로 작품의 원작자를 밝혀내고, 그늘에 묻혀있던 걸작을 조명 아래로 부르고, 원작보다 더 감쪽같은 위작을 가려낸다.
저자는 자신의 첫 '위대한 발견'을 이뤄낸 과정을 비롯해 미술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 위작의 달인들, 프랑스 미술시장의 교차로 역할을 하는 드루오 경매소의 뒷이야기, 역사상 위대한 감정사들(베렌슨, 롱기, 제리)의 활약상 등 전문가가 아니면 접하기 어려운 미술계 깊숙한 이야기들도 들려준다.
미술품을 감정한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름다움과 본질은 그것을 알아보는 눈을 갖춘, 그것을 볼 준비가 된 사람 앞에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자기 보다 더 자신의 미세한 부분까지 아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의 흥미로운 안내를 따라 타인의 작품을 들여다보다가, 불현듯 누군가는 스땅달 증후군처럼 강렬하게 자기 삶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열려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이유이다.
혹시 자신이 소비한 하루의 가치를 따져 본 경험이 있는가? 찬바람 부는 계절, 의외로 간단한 다음 제언을 화두로 잡아 자기 삶을 평가해보는 시간을 마주하기 바란다.
"높은 안목을 갖추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보고 싶은 대로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깊이 보는 것이다-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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