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한 나로 살아가는 기쁨과 자유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손힘찬(오가타 마리토) 지음
강진군도서관 우리들서평단 김진곤
살아가는 일은 관계를 맺는 일이다. 삶에서 인간관계는 사회생활의 전부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정에서도 부부, 부자, 형제간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 자신을 희생해야만 하는 게 사실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자신을 돌보고 나다움을 찾는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그러면 어떻게 나의 정체성을 찾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저자 손힘찬(오가타 마리토)은 아버지는 일본인이고, 어머니가 한국인인 혼혈인이다. 다섯 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이혼을 경험했으며, 열두 살에는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일본인으로 살아온 과거를 부정해야 하는 혼란을 마주했다. 집은 몹시 가난했고 또래들에게는 놀림과 따돌림을 당했다. 힘겨운 환경에서 생긴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남았다. 저자는 이 모든 시간들을 받아들이고 그 시간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음을 인정했다.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감정의 소모가 많고, 타인과의 관계가 내 삶의 전부를 차지하는 우리의 일상에서 서서히 무너지게 되는 나의 자아를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들은 한 가지가 아니다. 일, 사랑, 우정, 취미, 꿈, 자기계발, 휴식 등 다양한 요소들이 골고루 균형이 맞춰지는 순간 비로소 삶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혼자만의 시간은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놓친 것들을 바로잡아주고, 삶을 재정비할 기회를 주는 아주 소중한 선물이다”라는 작가의 말이 포근하게 와 닿는다.
또한 작가는 내 모습을 한 가지로 규정해둘 필요도 없고, 어떤 상황에서 나답지 않았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면서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 1장은 <나다운 것이 주는 위안>, 2장은 <나답게 살기 위한 여덟 가지 방법>, 3장은 <단절됐던 세상과 다시 연결되어라>로 구성되어 있다.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서 정작 나와의 관계에서는 그러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와 마주하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를 알려 주고 있다.
한 번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며, 왜 살아가는가? 자문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인지하고 싶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누구인지 알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망에 속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선명하게 보이기 위해서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전에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암울한 어린 시절을 겪었지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성과 감성의 경계에서 균형을 찾아가려 노력하고 있는 저자의 내면에서 나오는 말일 것이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삶의 매우 소중한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가 나 자신의 대부분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런 관계 형성에 몰두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편안함도 느껴보고, 다소 불편하지만 상황에 맞게 나를 포장도 해보며, 새로운 나를 보여 줘보고, 스스로 자존감도 높여보자. 이러한 여러 모습의 나를 인정하는 일이 나답게 사는 길이 아닐까 한다. SNS을 비롯한 온라인 매체가 소중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주요한 수단 되어 감정 소모가 많은 요즘 시대에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는 우리에게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나답게 살라, 언제 어디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