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주면 더 감동인 책

<엄마까투리>/ 권정생 / 길벗어린이

 

강진군도서관 책꾸러기 서평단 한미란

저는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부모들은 누구나 내 아이가 책을 좋아했으면 하고 바라겠지요. 처음엔 그 마음으로 어린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내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좀 더 자라니 함께 읽으며, 그러다가 아이들은 자라서 어린이 책보다는 자기 영역의 책을 읽고 있는데 저는 지금도 그림책과 어린이 책을 읽습니다. 그렇게 벌써 어린이 책과 그림책을 가까이 한 지 20여년이 흘렀네요.

그동안 많은 외국작가와 국내작가들을 책으로 만났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 세계적인 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도 많이 읽었지요. 하지만 저는 우리 뿌리를 지키며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성과 마음을 간직한 채 세상에 필요 없이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얘기하는 권정생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려 합니다.

<엄마 까투리>. 어른들은 제목에서 책의 줄거리를 어느 정도 유추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엄마라는 단어가 많은 것을 포함하니까요. 어린이문학은 대부분 제목이 모든 걸 담고 있습니다. 본문이 짧고 투명하니까요.

권정생 작가는 2007년에 작고하셨는데 이 작품은 2005년에 세상에 나왔습니다.

까투리 이야기 써 보았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어떻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 충분하다고 봅니다. 좋은 그림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은 작가의 손글씨로 시작됩니다.

꿩병아리 아홉 마리를 돌보며 산골짜기 다복솔 나무아래 엄마까투리가 살고 있습니다. 산불이 났습니다. 엄마까투리는 꿩병아리들을 데리고 이리 저리 불길을 피해 달아나지요. 아이들이 컸으면 날아가련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성냥개비 같은 작은 발로 종종종종 뛰어다닙니다. 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불길은 자꾸 가까워지고······

불길이 닿자 엄마까투리는 본능적으로 푸드득 날아오릅니다. 저만치 날아가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다시 꿩병아리들에게 돌아옵니다. 삐삐, 삐삐!! 아이들은 이리저리 흩어져 엄마를 찾고 있습니다.

엄마가 돌아오자 아이들은 엄마 곁으로 모여들지요. 하지만 불길이 다시 엄마까투리를 덮치고 또 푸드득 날아오릅니다. 다시 내려왔다가 날아오르고..몇 번이나 그랬지만 새끼들을 두고 혼자 달아나지 못했습니다. 엄마 까투리는 새끼들을 모아 놓고 두 날개로 아홉 아이들을 품고 앉았습니다. 행여나 불길이 새끼들을 덮칠까 봐 꼭꼭 보듬어 안습니다.

엄마 까투리와 아홉 마리의 꿩병아리들은 어찌되었을까요?

아이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눌 기회가 종종 있습니다. 작년 관내 초등 3학년 아이들과 이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은 말하기는 좋아하지만 쓰기는 싫어합니다. 특히 독후감은 더욱 그렇지요. 그래도 아이들과 한줄 평 적기를 해 보았습니다.

아기까투리야, 빨리 자라라.” (제목이 엄마 까투리여서 아기 까투리라고 적은 거 같아요.)

꿩병아리에게 - 꿩병아리야, 너희들을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까투리에게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잘 자렴. 응원할게.”

엄마 까투리에게 -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다니 저도 크면 아이들한테 노력할게요.”

꿩병아리들아, 엄마 없이 잘 지내렴.”

그림이 예쁘지도, 아이들이 좋아할 웃기는 이야기도 아니지만 아이들은 책 속으로 쑤욱 들어와 있습니다. 아무런 얘기를 해주지 않고 읽어줬을 뿐인데 아주 진지합니다. 제가 성대모사를 하거나 동화구연을 하며 읽는 것도 아닙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읽어주는 것처럼 그냥 편안한 목소리로 차분히 읽어줍니다. 굳이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 책을 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드는 길이고 평생 책을 가까이 두는 사람으로 자라게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아이들에게 책 봐라 얘기만 하지 말고 직접 읽어 보고 권해주거나, 함께 읽는, 읽어 주는 어른들이 많아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