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지배하는 오늘을 탄생시킨 권력 투쟁의 세계사
- S. I -
우리는 상인 지배 시대를 살고 있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상인 집단의 명령이 모든 것을 좌우했다. 경쟁, 유연성, 이윤은 세계를 벼랑으로 몰아넣고도 여전히 지배적 가치로 통용되고 있다. 어느 사회건 세 가지 폭 넓은 가치 체계가 지배하고 있다. 상업적이며 경쟁적인 동기를 앞세운 상인 집단, 귀족적이며 군국주의적 동기를 앞세운 군인 집단, 그리고 관료제 또는 사제 성향의 현인 집단의 가치 체계가 바로 그것이다. 세 집단은 평등을 지향하며 장인적 가치를 표방하는 노동자 집단을 억누르며 권력을 둘러싼 투쟁을 벌여왔다.
『왜 상인이 지배하는가』는 상인 집단이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에 관한 내용이다. 총 5장으로 구성되어있고, 1장에서는 수백년에 걸쳐 전사-귀족, 현인-사제, 소작농들의 제약을 받았던 상인 집단이 어떻게 그 속박을 뚫고 뛰쳐나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2장에서는, 19세기 중반 사회적·국제적 갈등 때문에 상인 집단의 역할이 더욱 절실해졌으며, 전쟁이 초래한 대량학살은 귀족 사회가 누렸던 대중의 신뢰가 무너지고 그들이 이끌어온 제국들도 힘을 잃었다. 그 결과 상인 집단 단일 지배 체제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3장에서는, 1929년 대공항에 뒤이은 상인 집단에 대한 사회적 반발은 좌파와 우파 간의 맹렬한 내전을 야기했고, 결국 승자와 패자가 나뉘었다. 갈등 국면에서 전사와 가부장주의적 귀족 집단이 새로이 포퓰리스트적 면모를 가다듬어 그럴싸한 외피를 쓰고 돌아왔다.
4장에서는, 사회적·제국주의적 충돌을 치른 경험과 노동조합과 공산주의 세력의 위세에 놀란 상인과 현인 집단은 노동자들과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스트의 갈등이 과거부터 극심했던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현인 집단의 지배가 굳건히 뿌리를 내렸다.
5장에서는, 현인 집단은 1970년대에 발생한 여러 차례의 경제 위기와 후기 산업사회로의 이행 과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상인 집단은 이 틈을 노려 기회를 포착했고, 자신들이 패권을 장악했다. 전사 집단, 현인-테크노크라트, 노동자 집단은 사회적 신뢰를 상실한 처지여서 상인 집단을 제어할 적수는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되었고, 결국 상인 집단의 단일 패권 시대가 펼쳐지기에 이른다.
패권을 장악한 특정 집단의 영향력은 실로 지대하다. 그러나 지배 집단의 패권 행사가 도를 지나치면, 결국 격변의 시점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역사를 볼 때 이러한 격변의 결과물이 경제 위기, 전쟁 또는 혁명이며, 그 뒤에는 반드시 새로운 집단이 권력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