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제주 문학 기행을 가서 제수 4 ·3 기념관을 방문했다. 해설사님의 말을 들으며 매순간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당한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고한 주민들을 '빨갱이'로 몰아 잔혹하게 사냥한 서북청년단들의 횡포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 했다.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취향대로 다스리기위한 이승만 정권, 미군정, 청산되지 못한 일본의 잔재의 합작품이다. 수십년을 온갖 오해와 누명을 쓰고도 "빨갱이"로 지목될까봐 진상조차 밝히기 힘들었던 그들의 삶은 <순이 삼촌>이라는 단편에 잔 나타나있다.
4·3 사건은 희생된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죽어야하는 이유도 모르는 죽는 억울함을 살아있는 자들에겐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한 마음의 병을 심어준 반드시 재조명되어 그들의 무고한 희생에 대한 댓가를 받아야하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현기영 작가는 제주도 출신으로 이 사건으로 제주 도민들이 겪는 감정과 느낌을 섬세한 문장과 정서적 감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한 사건에 대한 역사를 바라볼 때 다양한 시각으로 보고, 그 사건을 겪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려고 노력할 때 제대로 된 역사관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4·3 항쟁의 진짜 이야기를 알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