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3사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소설. 학살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나 환청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자살하고 마는 ‘순이 삼촌’의 삶을 통해 30년 동안 철저하게 은폐된 진실을 생생히 파헤친 작품.
무수한 민간인이 이유없이 살해된 사건임에도 삼십년 동안 여태 단 한번도 고발된 적이 없었다.
당시의 군 지휘관이나 경찰 간부가 아직도 권력 주변에 머문 채 아직 떨어져나가지 않았으리라고
섬사람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섣불리 들고나왔다간 빨갱이로 몰릴 것이 두려워,
고발할 용기는 커녕 합동위령제 한번 떳떳이 지낼 뱃심조차 없었다.
하도 무섭게 당했던 그들인지라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
제주민이 원하는 것은 결코 고발이나 보복이 아니었다.
다만 합동위령제를 한번 떳떳하게 올리고 위령비를 세워 억울한 죽음들을 진혼하자는 것이었다. (「순이 삼촌」 85-86p)
삶이 파괴되고, 남편이 죽고 가족이 죽어갔음에도 한마디 못한 백성이 제주에 있다.
이러한 현실이 권력유지를 위해 이념분쟁에 의해 이땅에서 더 이상 벌어지면 안될 현상이기에,
지금이라도 매듭을 풀어주고, 죄를 진 이들에게 응당의 책임을 주고, 아파하는 이들에는 치유의 삶을 모색하는게
국가와 국민이 해야할 책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