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100원
- S. I. -
나는 몇 달 전에 내가 사는 동네에서 오토바이 라이더가 뒤차에 부딪쳐서 쓰러지는 사고를 목격했다. 오토바이가 정지선 맨 앞에서 신호대기하고 있었는데, 뒤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오토바이 꽁무니를 박았다. 오토바이가 쓰러질 때 헬멧이 벗겨졌고 라이더는 머리를 땅에 부딪쳐서 피를 흘렸다. 배달통이 깨져서 짬뽕 국수와 탕수육 조각들, 단무지, 양파, 나무젓가락이 길바닥으로 쏟아져 나왔다. 짬뽕 국물이 빗물에 섞여서 흘러갔다. 라이더는 구급차를 기다리며 가로수 밑에 주저앉아서 길바닥에 흩어진 짬뽕 국수와 단무지 조각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길바닥에 흩어진 음식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고요했고 시선은 깊었다. 나는 먹고사는 일의 무서움에 떨었다. 삶 앞에서 까불지 말고 경건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가장 적은 것들만 소비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길바닥에 쏟아진 짬뽕 국물과 그것을 바라보는 라이더의 시선이 두려웠다.(P168)
날씨가 양극화되어서 2018년 여름 기온이 40도 가까이 오르더니 11월 말부터는 영하 7~8도까지 내려갔다. 지난여름의 더위와 이번 겨울의 추위는 불평등이 구조적으로 고착된 사회에서 국가가 더위와 추위를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에 관해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더위와 추위는 불평등 사회의 최하층부를 강타했고, 쪽방, 옥탑방과 노동현장에서 사람들은 그저 하늘의 자비를 빌면서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P169)
라이더유니온 결성을 준비하고 있는 박정훈씨를 만났다. 그는 알바노조의 위원장으로 일했고 2년째 맥도날드에서 라이더 일을 하고 있다. 박정훈씨는 더위가 한창 찌던 지난여름 ‘폭염수당 100원’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그의 시위는 잠깐 언론의 주목을 받기는 했으나, 그의 요구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여름내 정부는 ‘폭염 속에서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핸드폰 문자를 보내왔다.(P171)
눈비가 오면 건당 100원을 더 준다는데, 100원을 더 주면 위험한 일을 시켜도 되는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라이더유니온은 “늦어도 괜찮아요. 안전하게 와주세요”라는 스티커를 만들어서 전국에 배포하고 있다.(P172)
도시의 네거리 신호대기선에서, 오토바이들은 홀로 서 있다.(P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