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도서관 _ 우리들 서평단 장찬구


文學은 사상이나 감정 등을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예술로써 문학이 지닌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가 교시적 기능이고, 다른 하나가 쾌락적 기능이다. 전자는 독자에게 교훈을 주고 인생의 진실을 보여줌으로써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후자는 독자에게 고차원적인 정신적 즐거움이나 미적 쾌감을 준다.

두 기능은 서로 상반된 개념의 의미는 아니다. 상호 보완적 관계로 문학 본연의 역할을 한 층 더 밀도 있게 이끌어 간다. 또한 문학은 당시의 시대정신과 사회현상을 반영함으로써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현실을 직시하여 풀어내는 역할도 맡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천년의 질문』 책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기능과 역할에 매우 걸맞은 작품이다. 소설이 지닌 재미와 더불어 삶의 의미를 되새김 하며, 현 시대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다.

조정래는 1943년 전남 순천시 승주읍에서 태어났다. 저자는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왜곡된 민족사에서 개인이 처한 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소설을 집필했다.

'작가 정신의 승리'라 불릴 만큼 온 생애를 문학에 바쳐온 한국문학뿐 아니라 세계문학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은 한국 출판사상 초유의 판매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발한 작품을 활동을 이어가는 저자는 아직도 肉筆을 고집하고 있다. "글자 한 자마다 자신의 혼을 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되어 세계 곳곳에서 출간되었다.


작품 『천년의 질문』은 세 권으로 쓰인 장편소설이다. 많은 분량에 선뜻 선택해 읽기가 겁나지만, 작가 특유의 시대정신이 작품에 잘 반영되어 있다. 물론 약간의 지루함이나 사건의 전개가 다소 느슨하긴 하지만, 권력의 속성과 현대 사회의 부조리, 병폐에 대해 매섭고 날카롭게 비판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도 실제 인물을 모티프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이 소설은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기자의 입을 빌어 끊임없이 물어온다.

記者는 기록하는 사람이다. 기록하는 사람은 역사적 소명을 띠고 있다. 왜곡되지 않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기록을 위해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 직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기자를 소설 전면에 내세워 묻고 있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소설 속 기자는 한 개인을 상징하지는 않는다. 국민 전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세상사에 무관심한 개인은 결국 권력에 억압과 지배를 당하기 십상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도 그러하다.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한다"라는 플라톤의 말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강렬한 의미를 던지고 있다.

"민주국가 국민에게는 국가에 대한 의무와 권리가 동시에 주어져 있습니다. 국가 또한 국민에 대해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이 국법을 준수하는 것은 의무이고, 국민이 위임한 모든 권력을 철저하게 감시 감독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입니다."(3권 p214) 당신은 국민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습니까? 이 소설은 묻고 있습니다. 정해진 답을 얻기 위한 질문이기보다는 묻는 과정을 통해 무심히 지나친 우리에게 질문을 통해 묵직하게 되새겨 보는 계기로 삼길 바라고 있습니다.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여러분은 어떤 답을 내 놓으실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