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아래엔 참나무잎이
김미진
삶과 인간에 대한 무르익은 통찰과 가족을 향한 연민에서 비롯된 깊은 사유
한국소설에서 그간 비어 있던 ‘아버지’의 자리를 여성작가의 시각으로 새로이 써낸 이책은,
엄마가 입원하자 J시 집에 홀로 남게 된 아버지를 보러 가기 위해 ‘나’가 5년 만에 기차에 오르며 시작된다.
참나무 밑에는 참나무 잎이 지겠지요. 가까운 아래 지느냐 저만큼 날아가서 지느냐 차이가 있을 뿐이지 설마 여기 있는 참나무 잎이 저기 다른 산의 잣나무 밑에 가서 쌓이겠는가요.
돌이킬 수 없는 일들 앞에 설 때면 으깨진 마음으로 이 소설 속의 J시를 생각하며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 나이 든 잎사귀, 젊은 잎사귀 들이 바스락거리면서 참나무를 돌보는 것을 지켜보는 시선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 작품 안에 스며 있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또 이런 가족이 어디 있어, 할 수도 있겠으나, 있답니다. 마음을 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어떤 참나무 한그루에게 바치는 서사시라고 여겨주셨으면 합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예기치 않게 길게 주어진 격리의 시절이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각각 도약의 순간에 가닿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제 안부를 전합니다
작가의 말을 대신해 일독을 권한다. 그간 작가 신경숙은 표절시비도 있었지만 오래전 <<엄마를 부탁해>>를 읽은 독자라면 다르면서 같은 작가가 새롭게 발견한 '늙어가는 가족' 이야기에 흠뻑 젖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