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어려운 과목이라는 등식은 많은 '수포자'를 양산했으며 심지어 수학은 일상생활에 전혀 필요 없는 과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읽기보다 훨씬 더 보편적인 능력이 된 기초 산수인 사칙연산이 고대에는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수학이 역사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확률 개념 역시 17세기에는 비전문가들은 이해 못하는 영역이었지만 요즘은 누구나 '내일 비가 올 확률 몇 %'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수학적 사고의 방법론이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교수이자 서울고등과학원 석학교수인 이 책의 저자 김민형은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했고 예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유래된 산술대수기하학의 고전적인 난제를 위상수학의 혁신적인 방식으로 해결하여 세계적 수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강의를 하면서 함께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되어 있으며, 인간의 사고 능력을 확장시켜온 수학이라는 장대한 세계에 관한 7개의 명강의를 담고 있다. 기본적인 수학의 원리부터 기술과학과 우주에 대한 이해, 인문학으로 분류되는 윤리적인 판단이나 이성과의 만남 같은 사회문화적인 주제에 이르기까지 세상 모든 순간을 이해하는 데 바탕이 되는 수학적 사고의 핵심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어떤 종류의 해결점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필요한 개념적 도구를 만들어가는 과정"(p 107)이라고 말한다. "빛은 어떻게 이동하는가?"라는 17세기의 과학자 페르마의 질문이 몇 백 년에 걸쳐 뉴턴의 운동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발전한 것처럼, 수학의 질문은 수 세기를 이어가며 세상을 탐구하고 이론을 정립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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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필요한 순간 / 김민형 지음 |
"수학은 특정한 논리학이나 기호학과 같은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이하고 설명하는 방식이라는 것"(p 266)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중요한 수학 이론은 점점 일반인들의 상식이 되어왔다. 지금 우리에게 다소 어려운 문제들도 언젠가는 상식이 될 것이다. 이런 상식이 차곡차곡 쌓인다면 여러분은 수학적 사고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중일 것이다.
이 책은 수학을 쉽게 설명한 책은 아니다. 난해하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직관적으로 느낄 때 얻는 그 순수한 지적 즐거움을 이 책을 읽으면서 경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