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는 우리들의 손만 있을 뿐이다

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_ 김미진

"신에게는 우리들의 손만이 있을 뿐이다"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말을 인용한 저자의 결론은 "우리가 연대하여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을 것" 이라는 간절한 촉구이자 이 책이 세상에 보내는 기도문이다.
 
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교수이자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인 저자는 이 책에서 기아 실태 자료와 그 배후의 원인 분석에 따른 문제의식을 아들과의 대화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전쟁과 정치적 무질서로 유명무실해지는 구호조치, 사막화와 삼림파괴, 도시화와 식민지정책 등 기아를 발생시키는 정치·사회·경제적 문제들을 질문하고 답변하는 방식이다.
 
생명체가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일용할 에너지원을 흡수하고 배설하고, 번식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수렵 활동을 하던 석기시대를 막론하고 산업혁명으로 생산성이 높아져 물질적 결핍이 사라진 오늘날까지 기아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저자의 대답은 심플하다. "현재로서는 사회구조에 있다"
 
자연 재해나 전쟁으로 인한 갑작스런 기아가 경제적 기아라면, 구조적 기아는 그 나라를 지배하는 사회구조에 기인한 필연적 결과로 장기적인 식량지체에 따른 기아이다. 난민캠프에서 생명연장의 치료를 선택받기 위해 비닐 팔찌를 간절히 기다리는 아기엄마들의 눈빛을 본 적 있는가? 지구촌 곳곳을 잠식하고 있는 다국적 금융자본은 제3세계국가 뿐 아니라 유럽국가들 조차 그 영향권 내에서 기아를 양산하고 있다. 세계인구 2배를 먹일 수 있는 식량이 있음에도 그 절반이 굶주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 하는가? 전 세계 옥수수 수확량의 1/4을 소에게 먹인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부자의 식탁에서 버려지는 쓰레기가 난민들에게 먹을거리가 되는 시장원리주의경제(신자유주의)의 모순이 극심해진 결과이다.

"소수가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대가로 다수가 절망하고 배고픈 세계는 존속할 희망과 의미가 없는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세계다.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정의에 대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 속에 존재한다. 파블로 네루다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p. 187
 
세계가 서로 얽혀 있고 서로 의지해 있기에 "아무리 자기 것이라 해도 근원을 추적해 보면 누군가가 가져가야 할 것을 도중에 가로챈 것이나 다름없다" 는 법정 스님의 말을 빌려 일독을 권하는 바, 지구촌 절반의 슬픔이 우리에게 유관한 문제로 다가오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