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읽고, 넓게 보고, 깊이 발견한다
홀로 쓰고, 함께 살다 / 저자 조정래 / 출판사 해냄
강진군도서관 우리들서평단 김순임
‘과골삼천(踝骨三穿)’이라는 말을 들어 본적이 있는가? 다산 정약용은 유배 20여 년간 독서와 저술에 힘쓰느라 “복사뼈에 구멍이 세 번이나 났다” 한다. 앉아서 글을 너무 많이 쓰다 보니 엉덩이에 종기가 나서 천장에 끈을 드리워 공중에 선반을 매달고 일어서서 글을 썼다고도 한다. 작가 조정래도 책상에 오래 앉아 글을 쓰면서 두 번의 탈장 수술을 받았다고 하니. 어쩌면 이럴 수가 있는 것인가. 작가로서 그의 집념과 노력이 대단하다.
“글이 제가 뜻하는 바대로 풀릴 때까지 저를 학대하듯이 다그치며 책상 앞으로 더욱 더 바짝 다가앉으며 펜을 부르쥐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만족할 만큼 글을 써내고는 의자에서 일어나고는 했습니다.”(p13)
이 책은 ‘문학과 인생’, ‘대하소설 3부작의 세계’, ‘문학과 사회’ 세 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다. 인생살이 고민부터 문학과 창작에 대한 궁금증, 사회와 역사 문제까지. 독자의 질문 100여 개에 대한 조정래 작가의 진심어린 응답이 정리되어 있다. 문학의 존재 이유와 치열한 작가정신과 인생철학을,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탄생 과정과 집필 배경을 생생히 이해하고 남다른 취재 및 창작 방법 등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반도의 역사·외교 문제부터 불평등과 폭력, 인공지능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작가의 폭넓은 통찰을 드려다 볼 수 있다.
그는 ‘상처 많고 고통 많은 우리의 참담한 역사’를 외면해서는 진정한 이 땅의 작가라고 할 수 없다는 의식의 푯대를 세우고 글을 썼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였다. 『풀꽃도 꽃이다』를 통해 줄세우기 경쟁을 부추기는 시대착오적인 낡은 교육제도의 문제를 다루기도 하였다.
조정래는 등단 50주년을 맞아 자신의 문학을 아끼고 사랑해준 독자들에게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홀로 쓰고, 함께 살다』을 집필하였고, 그의 문학관·인생관·역사관·세계관·문학론 등의 허심탄회하며 즐겁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자 하였다.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왜곡된 민족사에서 개인이 처한 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대하소설 『태백산백』 『아리랑』 『한강』을 비롯해, 『천년의 질문』 『풀꽃도 꽃이다』 『정글만리』 『황토』 등의 소설과 산문집, 위인전을 집필했다.
작가는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는 문학지망생에게 ‘죽기를 각오’했는지를 묻는다. 또한 ‘읽고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쓰고 쓰고 또 쓰면 열리는 길’ 이 문학의 길이라 하였다. 이는 작가가 문학인생 50년 동안 끊임없이, 줄기차게, 치열하게, 끈덕지게 실천해온 방법이기도 하다. 대문호 탄생이 천재의 소질을 타고난 것이 아니라 죽기를 각오한 끊임없는 노력에서 이루어졌다는 생각에 책을 읽는 내내 충격과 감동이었다. 독자들도 글을 잘 쓰고 싶은가? 이 책을 추천한다. ‘문학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 것’이라고 한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실천으로 문학의 길에 도달하길 바란다. 실천 시작! 오늘부터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