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심리로 본 '누구의 무엇' 이 주는 먹먹함에 대하여

■책 한권이 강진을 바꾼다
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김미진

지금 군대에 가 있는 나의 아들은 말문이 늦틔었다. 3살 터울 동생을 보고나서야 '이거 뭐야?' 에서 나아가 봇물 터지듯 어휘가 쏟아져 나왔는데 그 무렵 갑자기 나를 '재인엄마' 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위층 아주머니가 부르는 말이 귀에 쌓여 삐져나온 말이었지 싶다. 어찌나 귀엽고 뿌듯하던지! 딸로 인해 다시 '버들엄마'도 되고 '누구엄마'에 익숙해졌지만 한동안 그렇게 나는 재인이의 신기한 '재인엄마' 였던 것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소개하고자 하는 책 '뺑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심청전의 등장인물 뺑덕어미에서 추출해낸 인물이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뺑덕에 주목한 작가의 통찰력에 우선 놀라게 된다. 첫 페이지 '쥐틀을 놓아 숨통을 끊고 싶은' 에서 시작된 주인공의 '벌레만도 못한 존재' 인식은 골방으로 기어들어 엄마 꿈을 꾸는 것으로 위로 받곤 한다. 장남으로 사랑받던 병덕이 윤덕의 출생으로 '하는 짓이 꼭 제 어미' 인 '뺑덕어미' 의 아들로 점차 드러나는 과정 속에서 '애착'이라는 단어가 자꾸 떠오르는 건 왜일까?

애착은 생존을 위해 양육자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근접 본능이다. 영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인 존 볼비의 애착이론에 의하면, 초기의 애착형성이 인간본성의 가장 중요한 기본이 되고, 양육자와 애착형성이 잘 되지 못하면 아동기뿐만 아니라 성인기의 여러 가지 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만나러 가는 길에 발걸음이 자꾸 느려질 수밖에 없는 행실이 좋지 않은 엄마를, 예전에는 착했던 적이 있으나 누명 쓴 채 아들 뺏기고 부모형제한테 당하고 '이까짓 세상' 하고 거칠게 살았을 엄마를 받아들이고 싶은 주인공 내면의 안쓰러운 자기 설득의 필요 지점에서 작가는 면밀한 문장으로 그 애착을 담아내고 있다. 뺑덕이 수치스러운 엄마의 이미지와 화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애착형성의 뒤늦은 회복이라고 보여 진다.

신문 사회면에 잠깐씩 등장하는 싸이코패스 성향의 인물들은 어찌 보면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올바르게 형성되지 못한 슬픈 이면이 있을 수 있다. 올바른 부모가 되고자 한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어른들을 반추해 보고, 자기 부정과 타인 부정의 언저리에 서 있는 청소년들이라면 이 성장소설을 통해 질풍노도의 시기를 극복할 힘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 '뺑덕' 의 내면을 따라 함께 걸으며 '가슴 한 쪽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주고받는 가족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마침 강진군도서관에서 '초정리 편지'로 유명한 배유한 작가의 '뺑덕' 을 주제로 <생생 낭독극장>을 기획하고 있다. 오는 5월 23일(월) 저녁 7시에 도서관 꾸러기방에 오면 작가와의 대화, 연극, 음악 등을 담은 색다른 '뺑덕' 이 기다리고 있으니 책 읽기가 썩 수월하지 않는 누구라도 서로 권하여 봄밤을 함께함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