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보헤미안과 세상 속 나무를 여행하다
- S. I. -
자작나무 새잎같이 맑고 빛나는 색은 없다. 지상 최고의 연둣빛이다. 이른 벚꽃 지고 나면 자작 잎 나오는 것을 챙겨 보라. 황무지의 개척지에서도, 산불이 난 후에도 가장 먼저 숲을 만드는 나무가 바로 자작이다.(P26)
문명 앞에는 숲이 있었고, 문병 뒤에는 사막이 따른다(P38). 릴케는 프랑스의 가로수 아래서 시를 쓰고, 슈베르트는 라임나무 아래서 위로를 받았다.(P46)
런던에서 대성공한 극작가 셰익스피어도 말년을 보낸 스트랫포드 고향 집에 뽕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셰익스피어 집의 새 주인이 들이닥치는 순례객들을 감당치 못하여 뽕나무를 잘라 재목으로 팔아버렸다고 한다.(P58)
비올레타는 동백꽃 없이는 노래하지 못하고, 샤넬 동백꽃의 고혹은 온 세계의 여심을 홀린다. 전차 안의 동백 아가씨에 넋이 나간 타고르 시의 주인공은 나와 그녀가 다른 신분인 것을 알았을 때 동백꽃만 가리킨 채 캘커타로 돌아간다.(P66)
“하늘의 달빛에 전나무가 빛나는데 하물며 하나님이 함께하는 인간은 얼마나 빛날 것인가?”라면서 홀리 나이트에 전나무 장식을 했는데, 이것이 크리스마스트리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P74)
와인은 참나무 통에만 숙성시켜야 할까. 아니다. 밤나무 통도 있고 사과나무 통도 있다. 나무에 따라 숙성한 와인의 향이 다를 뿐이다. 와인을 담는 용기로 참나무가 굳어진 것은, 프랑스에서 참나무가 가장 풍부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단한 나무였기 때문이다.
마음에 아름다운 풍경 하나를 간직한 사람을 갖기 힘들다. 그래서 건축과 특정 장소에는 특히 나무가 필요하다. 나무는 풍경을 만든다. 나는 이 풍경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P214)
겨우내 ‘호크니의 시각’으로 잔가지, 줄기까지 드러나는 벌거벗은 나무를 하나하나 보였다. 느티나무의 수형, 밤나무의 세밀한 가지, 무뚝뚝한 물푸레나무, 대주와 산배나무까지. 나무쟁이는 노화가에게 나무 보는 방식을 배웠다.(P322)
못이 없던 시절에 집을 짓고 가구를 맞추고 배를 만드는 공정은 나무와 나무를 연결하는 일이었다. 목수는 연결하는 사람, 소통하고 이해하게 만드는 평화를 만드는 이다.(P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