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우리를 어떻게 치유하는가

우리들 서평단_김미진

알랭 드 보통은 사회 전반적인 영역에 관심을 두고, 관찰하고, 그 사유한 것을 전달하는데 있어 고전적이지 않고, 피사의 사탑처럼 갸우뚱한 울대를 가진 듯하다. 보통사람들은 곧잘 놓쳐버리는 번뜩임의 순간을 붙잡아 섬세하고 명료한 표현을 부여해 구체화시킬 줄 안다. 이 두꺼운 양장본에서 그가 논하는 예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쩌면 많은 인내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알랭 드 보통은 작품을 대할 때 시대와 화풍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고전적인 미술서가 작가와 작품의 정보 제공에 초점을 두었다면 「영혼의 미술관」은 개인의 통찰을 이끌어내는 것을 예술의 목적으로 지향한다.

원제 'Art as therapy'에서 짐작되듯이 예술의 치유적 측면, 더 나아가 사랑, 자연, 돈, 정치라는 네 가지 주제와 예술이 스며드는 방식, 추구해야 할 보다 숭고한 방향 등을 예리한 손끝으로 안내하고 있다. '예술을 치유로 보는 시각을 받아들일 때 생겨나는 결과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예술과 관계를 맺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예술이 우리를 도와 더 나은 삶, 더 나은 자아로 이끌어준다는 확신 때문이다.'

이 책은 작품에서 느껴지는 가치, 개인이 느끼는 '그 무엇'에 대해 말한다. 다음은 저자가 말하는 치유 도구로서의 예술의 일곱 가지 기능이다. 기억, 희망, 슬픔, 균형 회복, 자기이해, 성장, 감상으로 나누고 있다.

위의 관점에서 예술의 매매에 관여하는 미술상이나 미술관의 역할은 '상담자'에 근접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고객 내면의 결핍을 진단하고 그 균형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미술 작품의 모델을 추천한다. 작품에 담긴 작가의 정신을 향유하기보다 상업적인 것에 더 마음이 뺏기는 현실에서 큐레이터의 기획이 의사의 처방처럼 치유의 어떤 것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몹시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작품 이해의 핵심은 작품을 앞에 두고 '작가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영혼의 미술관」에서 다루는 예술의 범위는 넓다. 미술과 조형, 사진, 건축, 동화책, 그릇에까지 이른다. 예술은 '일상을 새롭게 보는 눈'에서 비롯됨을 강조한다. 예술은 우리가 놓치기 쉬운 모든 것을 전면에 내놓음으로써 세상의 모든 익숙함을 깨부수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영혼의 미술관」을 거닐며 일상이 온통 여행지의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날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