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비사비(와사비가 아닌)에 대하여

우리들 서평단_김미진

독일 화술 분야 베스트셀러 『전투태세 : 최고의 팁 100 Schlagfertigkeit : Die 100 besten Tipps』의 저자인 마티아스 뢸케는 언론인이자 화술 전문가이다. 10여 년 간 경영학과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책을 출간하면서 프레젠테이션 강연부터 간단한 인사법에 이르기까지 말하기 세미나와 코칭으로 유명하다.

저자가 <절제>의 시각으로 통찰한 『조용히 이기는 사람들』은 정치에서 예술까지 복잡한 인간관계의 성공적인 해법을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통해 명쾌하게 알려주고 있다.

“오늘도 조용해서 손해 본 걸까?” “나서지 않고도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인정받는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조용히 이기는 사람들』은 나서고 싶지 않는 사람,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도 자신을 바꾸거나 애쓰지 않고 얼마든지 성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발 물러서서 말과 태도를 조용히 절제하면 가능하다. 최근 10년 사이 인간의 집중력이 12초에서 10초로 줄었다고 한다. 겸손을 빈정대던 셀프 마케팅의 시대가 저물기 시작했다고도 한다.

성공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정체를 폭로한다는 말까지 인용하면, 시끄럽게 자기주장만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낮춰 과도한 견제나 부담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설득력을 얻는 부분이다.

<절제>라는 도구는 정치인의 화술과 태도에서부터 우정, 패션, 블랙 유머, 젠틀맨과 댄디맨의 차이까지 읽어내는 섬세한 분석을 이끌어 내고 있다. 독일경제의 강점을 일컫는 <히든 챔피언>이라는 개념 역시 눈에 띄지 않으나 뿌리가 튼튼한 지방 중소기업을 이르는 한 경제학 교수의 저서에서 비롯됐다.

히든 챔피언은 많은 분야에 있다. 미술, 음악, 학문, 나아가 삶 그 자체까지. ......히든챔피언은 재촉하지 않는다. 자신의 성공을 의심하고, 약점에 주의를 기울이며,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히든 챔피언은 자연스럽게 절제하는 사람이다.

<절제>를 취향이 아니라 개인의 성향으로 보고 있는 저자는 결국 절제는 자신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사람들과 연결해준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우정에서의 절제란 미세한 몸짓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다. 많은 설명이 필요 없으며......너무 잘 알아서 지나치게 분명하게 행동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세련되게 절제하려면 과도하지 않고 건전한 자존감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편안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일본 미학에 <와비사비>라는 개념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숨겨져 있고 몰락을 품고 있는 듯한 아름다움이 최상이라는 의미이다. 뒤에 머물면서 스스로에 대한 과소평가의 안락함이 무엇인지 아는 이들끼리 “완벽하지 않은 것의 아름다움”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봄직하다, 대개는 눈에 띄고 싶고 중심에 서고 싶어 하는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