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물학 역사상 가장 치명적 종"

우리들 서평단_김진곤

「사피엔스」는 수렵채집인 이던 인류가 어떻게 오늘날의 사회와 경제를 이루었는지를 알려주고자 예루살렘의 히브리 대학교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 중인 유발 하라리가 쓴 인류 문명화에 대한 거대한 서사이다.

불과 20여만 년 전에 호모사피엔스는 등장했으며, 동아프리카를 떠돌며 수렵채집을 하는 중요치 않은 유인원 집단에 불과했다. 그리고 약 7만 년 전부터 아프리카를 벗어나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그동안 선박, 전투용 도끼, 아름다운 예술을 발명했으며, 이것이 바로 인류를 변화시킨 첫 혁명인 ‘인지혁명’이다.

대략 1만 년 전 사피엔스는 거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몇몇 동물과 식물 종의 삶을 조작하는 데 바치기 시작했다. 인간이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씨를 뿌리고 작물에 물을 대고 잡초를 뽑고 좋은 목초지로 양을 끌고 갔다. 이런 작업을 하면 더 많은 과일과 곡물과 고기를 얻게 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인간이 생활하는 방식의 혁명, 즉 ‘농업혁명’이었다.

농업혁명 이래 인간사회는 점점 더 규모가 크고 복잡해졌다. 특정한 것을 원하고, 특정한 규칙을 준수하도록 만들었다. 그럼으로써 수백만 명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주는 인공적 본능을 창조했다. 이런 인공적 본능의 네트워크가 바로 ‘문화’이다.

약 5백 년 전 일어난 ‘과학혁명’은 지식혁명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무지의 혁명이었다. ‘과학혁명’을 출범시킨 위대한 발견은 인류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혁명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성장, 글로벌화,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확대, 환경파괴를 불렀다.

우리는 이제껏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출발해서 여기까지 왔는가.’라는 어찌 보면 단순한 생각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배운 인류의 진화단계에 의하면 ‘현재 생존하고 있는 우리의 종 호모사피엔스의 한 구성원이다.’고 여겼을 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피엔스가 이르는 곳마다 대형 동물들이 멸종했음을 지적하며, “우리는 생물학 역사상 가장 치명적 종이다. 생태학적 연쇄살인범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주장이다. 우리가 인정하든 안하든 우리는 이미 연쇄 살인범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그러한 행동은 인류가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현란한 글의 전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생물학과 역사학을 결합한 큰 시각으로 우리 종 호모 사피엔스의 행태를 개관 화한 저자의 폭 넓은 사고와 흥미로우면서도 독특한 주장은 인류의 진화단계, 현생인류의 명칭 정도의 얄팍한 지식수준이 전부인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이렇게 강한 존재가 되었는가?’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이러한 모든 것을 알아보기 위해 「사피엔스」를 읽어보길 적극적으로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