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구멍과 시간여행

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김순임

우리들이 과거나 미래로 여행할 가능성이 있을까? 허버트 조지 웰스는 「타임머신」에서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제시했고, 달나라 여행, 잠수함처럼 과학소설에 등장한 많은 것들은 과학적 사실이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서 제기된 벌레구멍, 즉 시공의 서로 다른 영역들을 연결시켜주는 가느다란 관,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은하를 빠른 속도로 여행하거나 심지어는 시간을 거슬러서 과거로 여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와이트 섬에 젊은 여인이 있었네. 그녀는 빛보다 빨리 달릴 수 있었다네. 어느 날 그녀는 길을 떠났지, 상대성의 길로. 그리고 그 전날 밤에 돌아왔다네" 이 시에서처럼 만약 우리가 빛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면, 상대성 이론은 과거로 여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P199)
 
저자는 갈릴레오, 뉴턴,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우주 물리학자로 스물한 살 어린 나이에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2년을 선고받는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손가락 두 개뿐이었지만 머릿속으로 수식을 계산하며 '블랙홀이 사라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40년 넘게 루게릭병을 안고 살면서도 연구에 몰두하여 빅뱅의 존재를 증명하였고, 블랙홀이 전자기파(빛)를 방출한다는 '호킹복사'로 불리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케플러와 같은 과학자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기존의 관념을 뒤바꿔 놓았고, 뉴턴은 항성과 행성들 간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은 힘을 '중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허블은 항성들의 적색편이를 분석함으로써 광대한 우주가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는 걸 보여 주었고,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통해 중력이 시간과 공간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호킹은 드넓은 우주에서의 시간은 지구와 같지 않을 수 있고,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주장을 한꺼번에 통일할 수 있는 이론이 등장하게 된다면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는 우주와 시간에 대한 생각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우주와 물질, 시간과 공간의 역사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를 간결한 형태로 담아내 일반 대중에게 알기 쉽도록 전달한 우주과학서이다. 원색그림,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화면, 허블 우주망원경과 같은 기술적 진보에 의해서 가능해진 사진들, 3차원과 4차원 영상화면들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고 있다. 우주과학과 물리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우주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고, 스티븐 호킹의 우주적 관점과 우주의 근원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