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서 미치겠다구요?

[책 한권이 강진을 바꾼다] 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김미진

바쁘게 살다 보니 문득 스치는 책제목만으로 위로를 받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상품의 포장만큼 책의 제목은 단박에 독자의 마음을 홀려야 하니, '열려라 참깨!' 가 지닌 주문의 의미에서 어쩌면 그 한 줄의 임펙트는 당연하다.
 
제목에 이끌린 순간 얻고자 하는 것의 반은 이미 독자 안에 내재된 욕망의 문장과 만나고 있음이다. 한동안 인기를 누리던 <<아프니까 청춘이다>>, <<미움 받을 용기>> 등은 읽기도 전에 이미 우리 사회의 한 아픔을 예견하고 공감하고 책무를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던가? 유영근의 <<우리는 왜 억울한가>> 역시 우리의 삶이 녹녹치 않음을, 그 지난한 도정에서 '억울하다' 로 명명되며 쌓여갈 법한 크고 작은 그늘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왜 억울한가>>는 현재 수원지법에서 부장판사로 일하기까지 법정에서 만난 사건사고 당사자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 억울함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규명하고자 노력한 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제1장 억울함을 보는 시선, 제2장 과연 억울한가, 제3장 사실과 다른 판결이 나는 경우, 제4장 거짓과 오해, 제5장 안타까움과 그 이면, 제6장 억울함의 구제와 극복 등 6장으로 분류된 사례별 사건을 드라마 보듯 흥미 있게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법률 상식과 함께 가해자조차도 억울하다고 외치는, 모두가 억울한 삶의 현장에 직면하게 된다.
 
배심원이 되어 과연 억울한가?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억울함이란 것이 이렇다. 명백히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대우를 받았을 때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뭔가 좋지 않은 상황이 외부의 요인으로 생겼을 때 굳이 꼭 찍어서 말하긴 어려워도 괜히 짜증나고, 분하고, 밉고, 그런 불편한 심정을 통틀어 억울하다고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p.25 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억울함은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정서이지만 당사자에게는 늘 특별한 개별적 정서이기도 하다. 지금 광화문 광장은 다시 십만 인파가 촛불을 들고 모이고 있다. 국가권력의 명백한 부당함에 심정적 상처까지 입은 국민 대다수가 억울함과 분노를 표출하는 셈이다.
 
국가권력에 대한 불신이 보편적 정서가 되어버린 안타까운 현실에서 우리가 어찌 억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억울해서 미치겠거든 이 책을 읽으며 무엇 때문에? 왜? 억울한 지 자기성찰을 통해 힘 있는 올바른 개인이 되기를 권해본다.
 
감정 없는 법조차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하지 않는 억울함을 풀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