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서평단
서평과 관련없는 게시글은 삭제합니다.
82년생 김지영(2018.2.9)
- 첨부파일 15204845951.jpg (13.19 KB)
우리들 서평단_이소향
이 글을 읽고 나에게 딸이 아닌 아들이 하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일까 라고 자문해 본다.
82년을 대표하는 지영. 그해 태어난 여아에게 가장 많이 부여된 지영이란 이름의 그녀는 현재 35살이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서 그녀 삶의 전부라 여길 정도로 소중하게 여긴 직장을 사직하게 된다. 출산을 하고 자녀를 양육하면서, 주부란 이름으로 살아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업주부의 삶 또한 그녀에게는 버겁다. 대를 이을 아들이 아닌 딸을 출산한 며느리, 남편의 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그녀는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사치스럽다는 주위의 눈총을 받고 비감에 젖는다. 출산과 양육 재취업 등에 대하여 가정과 사회는 오롯이 그녀의 몫으로 떠넘긴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이라는 젠더 '엄마'라는 정체성은 고스란히 '김지영'의 몫이었다. 가정, 학교, 직장,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내면의 아픔을 자연스럽게 드러내 우리가 마치 책의 주인공처럼 느끼게 해주는 82년생 김지영. 그녀가 바로 현재의 직장여성이며 향후 직장인이 될 우리의 딸들이다.
광복과 6·25를 거치면서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는 앞만 보고 살아왔다. 아버지 세대 발목을 붙잡는 가난의 굴레와 양육, 교육,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남아선호 사상은 가정에서부터 딸들에게 차별과 희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오빠와 남동생의 뒷바라지는 딸들의 몫이라는 부조리에 지영은 조금씩 눈을 떠간다. 다행히 가정은 국가의 소득수준이 향상되듯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고, 그녀 또한 대학에 진학하고 광고회사에 어렵게 취직을 하게 된다.
직장에서 일은 힘들고 한국 특유의 접대문화는 그녀를 힘들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이기 때문에 안돼' 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 분투하는 그녀의 모습이 독자를 안타깝게 한다.
「PD수첩」, 「불만제로」, 「생방송 오늘아침」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남주의 김지영은 우리 사회의 삼십대 중반 여성의 모습이다. 어떤 이는 한 여성의 단편적인 삶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출산, 자녀양육, 성차별, 여성비하, 가사노동의 폄하 등은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지영의 문제들이 해결되었을 때 세상도 활짝 웃을 것이다.
한 여성이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가족과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에도 우리는 왜 그녀가 아파하는지 원인을 모른다. 이러한 현상을 야기한 문제들을 관찰하고 개선해 주려는 의지 또한 우리에게는 없다. '나 힘들어요' '아파요' 라고 지영이가 세상을 향해 말하고 있다.
공동체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녀의 아픔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임을 함께 인식해 보고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세상의 절반인 남성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다음글 | 말의 품격(2018.2.24) | 관리자 | 2018-03-13 |
이전글 | 4050 후기청년(2018.1.12) | 관리자 | 2018-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