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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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2017.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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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서평단_정인숙
한국인 전체가 1년에 소비하는 라면은 36억 개다. 일인당 세계에서 가장 많은 라면을 소비하는 우리 민족에게 라면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우리 집에서는 밥이 한 그릇 정도 부족해서 새로 밥하기는 애매할 때, 마땅한 반찬이나 국이 없을 때, 그리고 저자의 설명처럼 라면에 인이 박혀 그냥 화학적인 맛이 당길 때 라면을 주로 끓인다. 식재료의 개별성이 한 개씩 씹히는 음식을 선호하는 저자 김훈은 라면에 주로 달걀과 파를 넣지만 나는 계란과 김치를 추가하여 라면을 완성한다. 라면을 끓이는 조리법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우리 국민이 굶주림에 허덕이던 시절인 1963년 처음 등장한 라면의 맛은 경이로운 행복감을 싼값으로 대량 공급했다. 그 맛의 놀라움은 장님의 눈뜸과도 같았고 "불의 발견"과 맞먹는다고 저자는 적고 있다. 생산, 유통, 소비의 앞에 모두 대량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라면은 포장지에 60여개의 첨가물이 적혀 있을 정도로 모든 식품들 중에서 가장 공업적이다. 반대로 라면 회사들의 정책은 그것의 천연적 성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이런 시도가 대중 정서에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이 글은 「라면을 끓이며」를 포함하는 1부 밥, 2부 돈, 3부 몸, 4부 길 그리고 마지막 장은 작가의 업인 글로 구성된 산문이다. 각 부에서 다루는 주제는 인간의 삶에서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이 들어있다. 또한 각각의 글은 우리가 사물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인식을 뛰어 넘어 작가 고유의 해석과 가치관이 내재해있다. 그 주제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그것은 마치 점에서 시작된 개체들이 사방으로 확장되어 커다란 건물을 형성하는 것처럼 체계가 있다.
밥에 관해 풀어놓은 저자의 글은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밥벌이도 힘들지만, 벌어놓은 밥을 넘기기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다.
모든 밥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다. 그래서 아가미가 꿰어져서 밥 쪽으로 끌려간다. 밥 쪽으로 끌려가야만 또다시 밥을 벌 수 있다. 나무들은 이파리에 엽록소가 박혀 있어 햇빛과 물을 합쳐서 밥을 빚어내지만 사람의 밥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굴러다닌다. 그래서 내 밥과 너의 밥이 뒤엉켜 있어 핸드폰이 필요한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라면을 끓이고 또 먹어온 자신의 라면 조리법을 소개하기 위한 단순한 의도에서 기획된 『라면을 끓이며』를 읽는다면 저자 김훈이 이제까지 살면서 축적한 삶의 관점과 그만의 철학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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