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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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201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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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서평단_김미진
뭐라 해도 인간에게 가장 큰 권력은 언어이다. 언어는 사고의 틀을 부수기도 확장하기도 한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이 가라사대......'로 천지를 창조하는 장면이 열린다. 말의 위대함이다. 그렇게 세상을 여는 기세등등한 '말씀'이 있다면 이 책에는 사람의 마음을 여는 정신과 전문의의 심리 테라피 워딩이 있다. 저자가 운영하는 <자존감 심리치료센터> 내담자들의 상담사례가 바탕이 된 글이다. 일, 사랑, 공부, 관계 등의 시작이 서툴고 어색한 사람들이 주체적인 삶을 구동할 수 있도록 섬세한 심리처방전을 건네고 있다.
그러면 우리의 감정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언어일까, 호르몬일까? 생리 전후 감정 기복이 심하던 20대 초반, 나는 단지 호르몬의 영향으로 기분이 좋기도 슬프기도 해지는 자신을 들여다보며 인간이란 결국 형이하학적인 존재인가 의심하던 첫 기억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인간의 감정을 호르몬과 뉴런(신경전달물질)으로 분석하는 뇌과학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고귀한 정신이란 것에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나만은 아니었다는 확인에 살짝 위로가 된다.
문명의 이기로 화려해진 삶의 장신구들이 늘면 늘수록 감정의 구덩이가 깊어지는 것이 자주 목도되는 현실이다. 상위 10%의 삶을 평균이라고 정해놓고 거기에 미달된 자신의 삶을 혐오한 결과이다.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 신경정신과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관계에 상처 받고 웅크리고 있는 자아를 끌어안고 있음이다. 관계 속에 살면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분노와 외로움, 소외와 배신감을 가져오는 것이다. 타인의 이기심과 마주칠 때 그것이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처는 크고 아플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는 첫 장에서 '기대심리의 덫'에 걸려 '혼자 잘해 주고 상처받지 마라.' 고 외친다.
솔리튜드는 '즐거운 고독'이라는 뜻이다. 즐거운 고독의 시간을 많이 가진 사람은 마음의 부자다. 타인에게 쏠려 있던 관심을 내 쪽으로 전환하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p. 82)
독립적인 존재가 되라는 조언이다. 한편 '주변 사람이 웅크린 시간을 갖고자 한다면 기다려주자.' (-p. 71)는 말은 주역에 나오는 감이후지(坎而後止:구덩이에 이르면 물이 넘칠 때까지 기다린다) 의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지속적인 경제 불황 속에 청춘들이 많이 아프다. 비명 지를 힘조차 잃었을 지도 모른다.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포기해야 하는 '때론 일상이 인생보다 힘들어' 희망으로부터 강제 로그아웃 되고 있는 '젊은 자본'들이 스스로를 철학하고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라며 권해 본다.
샤넬은 무명시절 자신을 지지해준 친구 미시아를 위해 그 유명한 향수 <샤넬 No.5>를 헌정했다고 한다. '스치는 인연이 있어야 머무는 인연에게 더 잘 할 수 있는 법이다.' 모두에게 격렬한 사랑을 받고자 애쓰는 사이킥 에너지(연애초반의 초자연적 감정)를 삭혀 적절한 바운더리 메이킹(Boundary Making)을 함으로써 더는 상처받지 말기를!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했는데 돌아오는 게 상처뿐이어서 아픈 이들과 함께 가끔 '나는 무엇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골몰하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저자의 자분자분한 말의 씨를 기르고 싶어진다. 감정은 어쩌면 호르몬의 장난에서 일어나 언어의 향수를 바르고 우리의 이성을 뒤흔들고 있으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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