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학의 거장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다’
『안나카레니나』 레프톨스토이 저 박형규 옮김 문학동네 펴냄
강진군도서관 우리들서평단 김순임
소설은 개연성의 영역이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나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묘사를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 장르이다. 제대로 된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이 때론 인생에 많은 질문과 해답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런 작품을 만나는 것도 삶의 또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옛 문학작품을 읽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고전작품을 선택해 읽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읽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익히 알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는 일은 또다른 영역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막상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카레니나」를 읽어야겠고 마음을 굳혔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책에 손이 가지 않고 며칠을 망설이고 주저한 끝에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이 소설 읽기를 망설였던 첫 번째 이유는 분량이 안긴 중압감에서 비롯되었다. 15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장편소설을 읽는다는 것에 덜컥 겁이나 엄두를 내기 힘들었다. 두 번째 이유는 소설이 쓰인 1870년대의 러시아 시대 상황을 어느정도 사전에 습득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자료를 모으고 살피는데 시간이 소요되다보니 본격적으로 책 읽기가 진행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작품의 자체가 뿜어내는 아우라에 압도당했다. 워낙 유명한 작가의 작품인지라 스스로 먼저 주눅이 들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펼쳐든 소설은 예상대로 쉽사리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소설 초반의 지루한 전개와 낯선 등장인물의 이름, 이국적 환경과 이해하기 쉽지않은 그들의 문화 등에 의해 소설 읽기는 더디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1권 후반부로 갈수록 소설은 흥미를 더해 갔고 독자로 하여금 소설에 깊이 빠져들게 한다.
소설 「안나까레니나」는 「전쟁과 평화」와 더불어 레프 톨스토이 문학의 백미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동시대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이 작품을 일컬어 ‘완벽한 예술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또한 영미권 작가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뽑은 세계 최고의 소설이다. 본고장인 러시아에서도 마찬가지로 엄청난 칭송을 받고 있으며, 소련의 건국자 레닌이 마르고 닳도록 읽은 작품으로 아주 유명하다. 이 소설의 전체적 맥락은 단순하다.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을 단순히 남녀의 사랑을 그린 통속적 애정소설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소설을 이끌어가는 등장인물들 간의 내면적 심리묘사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인물의 심리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읽어야만 소설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를 디테일하게 다룬 톨스토이의 역량에 감탄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 당시 러시아의 정치적 상황, 상류사회의 관습과 모순, 농촌사회와 농노제도, 종교와 구원 등이 비중있게 언급되고 있다. 특히 작중 인물 레빈을 통해 톨스토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잔달하고자 한다. 어떻게 보면 레빈은 톨스토이의 분신과도 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을 단순히 애정소설, 연애소설로만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소설이 영화, 뮤지컬, 오페라, 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재현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설의 완성도 및 작품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겠는가?
앞서 언급했지만 소설 「안나까레니나」을 완독한다는 것이 만만치는 않다. 긴장감과 박진감이 다소 떨어져 지루하게 전개되는 부분이 있다. 그 고비를 맞았을 때 견디고 꾸역꾸역 읽어야한다.
그리고 완독 후 책을 덮는 순간, 여러분은 스스로가 자랑스러울 것이다.
내가 경험했던 이런 기분을 여러분도 같이 느껴보기를 바라본다.
소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Все счастливые семьи похожи друг на друга, каждая несчастливая семья несчастлива по-своему”.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